좀 웅장한 저택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집이다. 나는 밖으로 나온다. 저택 현관의 바로 옆에는 벽에 딱 붙어 있는 우물이 있다. 우물이라기보다는 좀 큰 욕조 같이 생겼다. 그리고 신기한 건, 우물 옆에 문 같은 게 있는데 문에 문 대신 갑옷 같은 것으로 막아놨다. 물은 안 샌다.
그리고 그때 문득 생각난 건, 저 갑옷을 장난스럽게 입고 있던 한 할아버지였다. 백발의 활발한 할아버지. 친근했던, 그리고 그래서 더욱 슬프다.
어쨌든 그 우물에선 어린 남자 아이가 세수를 하고 있다. 동양계는 아닌데, 어쨌든 어디 애야? 가까이 가서 보니 뭔가 이상하다. 물 속에서 팔이 길게 뻗쳐 나와 같이 세수 하고 있다.
엥?
팔이 나온 곳을 보니 배수구 같은 곳인데, 그냥 배수구 보다는 훨 크다. 머리 크기 정돈가.
어쨌거나 이상하잖아. 아이를 부른다.
세수를 하다 말고 손을 우물에서 빼니 배수구에서 나온 손도 같이 쑥 들어간다. 신기하네, 팔을 넣으면 저렇게 되는 건가?
아이한테 팔을 넣으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본다.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손을 욕조에 넣는다. 배수구에서 또 다시 손이 쑥 나와 아이의 손과 마주친다.
아이한테 머리를 넣으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본다. 그제서야 그 아이가 말을 했다.
Machine gun.
그제서야 번뜩하고 생각났다. 그 갑옷을 입고 머신 건을 들고 있던 할아버지.
여기까지 적고 머리가 좀 이상해진 거 같다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웃는다.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게 뭐 하는 짓인지.
어쨌든 아침 점호 전에 TV를 튼다. 부대 방침에 따라 점호 전이 삭막하다고 해 TV의 음악 채널을 튼다.
카라가 나오네. 잠시 감상.
어떻게 맨날 아침에 틀기만 하면 나올 수가 있지? 왠지 이거 군인들 노리고 트는 거 같기도 하고...
그래 니콜. 니콜 때문에 요즘에 스타 골든벨 본다. 눈높이를 맞춰요 너무 재미있다.
어쨌든 보면서 아침 점호 나갈려고 준비 다 하고 나갈려고 하다가 보니, 나가는 문에 어제는 못 보던 소녀시대 포스터가 붙어 있다. 뭐고, 너무 적나라하게 붙어 있는 거 아냐?
옆에서 지나가던 놈이 어제 자기가 뽑았는데, 관물대 붙여 놓으면 찌질해 보일 꺼 같아서 놔뒀더니 누가 가져가서 또 붙여 놨단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