니가 날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안다.
하지만 넌 그저 앉아서 말만 했을 뿐이야. 심각한 얼굴로 말하기만 하면 되는 거지.
모든 걸 알고 있는 듯 말하지마. 나도 그저 같잖아 보인다.
날 안다고 생각해면 안 돼. 니 그런 생각에서 나오는 말들이 니 속 마음을 보여주더라.
그리고 항상 자기는 열악한 환경에서 성공한다는 그 엄청난 열등감은 듣는 사람 손발을 오그라들게 한다. 머리 좋으면 알면서도 그러는 거겠지?
난 내가 비뚤어진 줄 알았어. 아니더만.
컨셉일 수도 있겠지 머.
다들 컨셉 하나씩은 잡고 살아가는 거니까.
그런데 사실 그러면 얼굴 똑바로 보고 얘기는 못 하겠다.
닐 쳐다보는 내 표정이 보일까봐.
좀 더 솔직해지자.
2.
말해도 편해지고, 들어도 편해지고.
요즘은 괜찮은 거 같은데 그래도 난 아직 멀었다.
3.
신인전 셀렉트 하는 거 볼 때마다 생각나는 건데, 우리 기 신인전 할 때.
사실 셀렉트 할 때마다 붙이는 사진이 별로 맘에 들지가 않았다.
생각나는 게 없는데 선배들은 사진이 별로 없다고 그러고. 어쩔 수 없이 이것저것 내지만 기대는 안 했다.
의왕 갔을 때다. 난 그때 교회에서 공부방 강사 지원 하던 때라, 촬영 끝나고 가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. 그러다가 포기하고 그냥 갈려고 하는데 문득 그쪽에서 맨날 지나다니던 골목이 생각나더라.
난 찍을 게 있다고 하고 그냥 남아서 그 골목으로 갔다. 빨리 빨리.
사실 뭘 생각하고 간 건 아니라서 그 골목을 둘러보다 보니 환풍기가 붙은 조그만 창문이 있고, 무슨 생각이랄 것도 없이 그냥 그 창문을 찍어댔다. 그리고 그 사진으로 셀렉트에서 죽어라 계속 밀긴 했는데, 지금 생각해보면 참 생각 없었다.
좀 거창한 것도 있었을텐데 말이야. 그냥 창이었다.
아 그 사진, 팜플렛 셀렉트에도 냈었는데 팜플렛에는 못 실렸어.
또 인화 대신 해줬다가 선배들한테 욕 먹었었지. 다 태워먹었다고.
뽑아줄 때는 재밌었는데 막상 붙이고 보니 좀 태우긴 태웠더라고. 그 때는 좀 들떴나보다.
그래도 난 그 사진들 다 좋았다.
4.
나 이러다 진짜 간다.
5.
아 그래 그 인화지통.
몽크 보니까 생각나더라. 몽크의 비뚤어진 책상. 그렇게 있어야만 하는 책상.
전역하고 암실에 갔더니 그대로 있더라.
가져올까 생각하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그냥 그렇게 있어야만 될 꺼 같아서.
Posted by swf.

